소백산 일출 보러 간 여정 | 20231229-30

2024. 1. 3. 08:09등산/국립공원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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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자: 2023년 12월 29일, 30일
들머리: 죽령휴게소
  | 4.9 km
1박 장소: 제2연화봉대피소
  | 15.6 km
날머리: 삼가주차장
날씨: 1일차 맑음(죽령쪽은 바람 약간 불어 추웠음)
          2일차 흐림(기온은 그리 낮지 않고 바람이 거의 없었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코스라서 코스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을 생략한다. 

 

새해 첫날 일출을 본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다. 나의 경험에 의한 견해를 적자면, 1년 중 가장 새벽에 교통혼잡이 심한 날이 1월 1일이다. 그리고 각종 산이나 해변 등 일출 조망이 가능한 곳에는 인파들로 북적인다. 난 사람이 많은 건 싫다. "I hate people." 정도는 아니고 북적이는 상황이 싫은거다. 그래서 난 새해 일출은 좀처럼 보러가지 않는다. 최근 몇년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별 이변이 없다면. 

그래서 난 새해가 되기 전전날 일출을 보려고 계획을 세웠다. 몇년 전 보았던 엄청난 일출을 다시한번 재현해 보고 싶었고 역시 같은 장소를 택하게 되었다. 차이점이라면 며칠 전부터 불길하게 느껴진 일기예보인데, 전날에 대피소 오를 때까지도 흐리다고... "너 일출 못볼거야"라는 일기예보가 바뀌질 않는거였다. 아....

다소 실망은 했으나 일행들과 만나 대피소로 향했다. 날씨가 정말 맑았다. 이런데 흐린다고? 싶을 정도. 죽령탐방안내소를 지날 때 쯤 국공 직원분이 나오신다. 대피소 예약한게 맞는지 확인하신다. 인적사항을 확인해드리고 나니 점성학 행사를 대피소에서 할테니 참석해주면 좋겠다고 하신다. 이런게 있었는지 몰랐는데 뭔가 저녁시간에 심심함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죽령코스 다녀본 분은 알겠지만 지루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임도길이라 발도 아프고 재미도 없다. 그래서 파란 하늘 바라보며 일행들과 나누는 담소가 즐겁다. 멀리 보이던 강우관측소도 어느새 가까워졌고 백두대간 비석을 보자 다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최근에 리모델링 한 대피소가 보였는데, 어딜 바꾼건지 잘 모르겠지만 정원처럼 보이던 곳이 없어진 건 확실했다. 

체크인 후 짐을 풀고 다소 이른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애초에 고기를 가져오겠노라고 일행들에게 선포했던지라 넉넉히 준비했다. 같이 먹을 채소들도. 살짝 길다고 느낄 수도 있는 식사시간의 끄트머리엔 점성학 행사에 맞추기 위한 부산스러움이 밀려왔다. 

점성학 행사는 별도의 외부 인사가 오는 것이 아니라 아까 마주쳤던 그 국공 직원분이 진행하는 거였다. 이 행사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하신 게 티가 났다. 물론 본인도 티를 좀 많이 내시더라. 점이라는 것이 다들 그렇듯 애매하고 두리뭉실하게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그런 재미들로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MBTI와는 또다른 매력. 행사 막바지에 받은 미우 캐릭터 열쇠고리가 이번 일정을 진귀하게 만들어 준 느낌이다. 전혀 예상 못했었으니까..

대피소의 밤은 일찍 시작한다. 해가 빨리 지기도 하고 실내의 해도 일찍 지기 때문이다. 무려 20시 소등인데 못다한 저녁식사를 다시 하고 마무리후 들어온 대피소의 어둠 속은 온통 코고는 소리로 진동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난 귀마개를 찾아서 귀에 꽂았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살살 잠자리를 꾸렸다. 딱딱한 바닥에 매트를 깔았지만 흙바닥이나 잔디 위에 매트를 깔았을 때보다 쾌적함이 덜했다. 

몇번이나 잠을 깨고 다시 정신을 잃기를 반복했을까, 시계의 진동알람이 울렸다. 5시에 일행들과 만나기로 했으나 나는 3시에 일어나 별을 먼저 촬영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살짝 게의름이 의지를 이겨내는 순간이어서 4시에 나가기로 마음먹고 다시 눈을 감았고 계획대로 4시에 일어나 짐싸들고 나갔다. 

짐들은 대충 취사장에 던져놓고 연화봉 방향으로 카메라 삼각대를 세웠다. 달빛이 밝다는 것을 깜박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잘걸 하는 후회도 잠시였고 나름 달빛을 받아 어스름 보이는 산그리메가 포근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미세먼지가 풍경의 포근함에 일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짧은 촬영 후 아침 요기를 대충 하고 연화봉으로 향했다. 연화봉쪽에는 천문대가 있는데 그 옆에 화장실이 있어서 장시간 머무르며 발생할 수 있는 생리현상을 해소하기에 좋다. 그래서 일출을 보는 장소는 연화봉으로 정했다. 구름이 흐르며 달빛을 가릴 때마다 일출 못 볼거라고 속으로는 비관했었는데 지금껏 본 일출 중 상위권에 드는 일출을 보게 될 거라고는 걷는 내내 생각지도 못했다. 

연화봉에 도착하자마자 동녘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보고 배낭을 던지듯 내려놓으며 촬영 준비를 했다. 해가 떠오르는 위치를 특정짓는 것이 조금 오래걸렸으나 이번엔 결과가 좋았다. 해가 뜰 때가 제일 바쁘다. 정신없이 왔다갔다하며 카메라가 혹시 멈추지 않았나 다시 보는 등등..

별로 춥지 않았고, 흐렸으나 동쪽은 하늘이 보일정도 만큼만 구름이 트여 있었고, 미세먼지 가득한 지면 부근은 발그랗게 발색이 되어 아름다웠던 등등의 여러 요소들이 이번 일출을 완벽하게 만들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럴때에는 뭐든지 고맙고 감사한 기분이 든다. 함께한 일행들에게도 감사하고 지난번 대피소 예약이 취소된다고 전화해준 국공 직원에게도 감사하고 싶었다. ㅋㅋㅋ

일출 다 보고 비로봉으로 향했고 삼가주차장쪽으로 하산했다. 뭔가 뒤쪽 내용은 부실한데 그냥 등산이라서 그런거다. 

끝으로 이날 일출을 담은 유튭 영상을 첨부한다. 

툭.

https://youtu.be/62hFMn_rJfM?si=lD_56xVUJYsDiIM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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