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산 단지봉 백패킹, 20221224-25

2022. 12. 21. 21:08백패킹/백패킹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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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경북 김천에 있는 단지봉에 가려고 계획을 세웠다.
달이 없는 맑은 밤하늘이 예상되므로 카메라 장비를 풀로 가져갈 것이며 코스는 대충 이러면 될 것 같았다.

단지봉 초 완만 코스


[단지봉 백피킹 관련 요약]

순번 항목 내용 비고
1 날짜 2022년 12월 24일 - 25일 (음력 12/2 - 3) 1박
2 코스 국립김천치유의숲 - 송곡령 기점 - 단지봉 - 임도 - 국립김천치유의숲 거리: 약 11.4km
3 주차 수도리공영주차장(경북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 411)  
4 기상조건 낮-구름약간
밤-맑고 그믐
 
5 백패킹 컨셉 단거리 백패킹
야간 천체 촬영
 
6 식사 저녁: 라면+밥(발열식)
아침: 스프(인체발열), 건베이글
인체발열: 잠 잘 때 상의 안쪽 주머니에 넣어 가열
7 주요 촬영 장비 Camera 1: D810+Samyang F2.8 14mm
Action cam: Gopro Hero 9
Drone: Mavic pro2
Battery: Zendure super tank(27000mAh), Lumena Z10(10000mAh), 샤오미(20000mAh, 10000mAh)
보조배터리는 카메라 배터리 충전 및 야간 렌즈 성애 방지용 렌즈 히터 구동용
8 주요 백패킹 장비 Sleeping bag: Zerogram high sierra(Goose down 450g)
Sleeping pad: Thermerest NoeAir
Tent: Nordisk Telemark 2LW(980g)
Padded jacket: Zerogram Nevermind plus jacket
Padded pants: Cumulus Transition down pants
필수 장비 위주로 기록
9 배낭 무게 약25kg 식수 포함, 트레킹폴 제외

[단지봉 실제 트레킹 정보]

등산 페이스 정보
하산 페이스 정보
등산 코스 기록
하산 코스 기록

[단지봉 백패킹 후기]
단지봉, 정말 힘들었다. 왜? 눈이 많아서.
산에 오르기 전에는 산에 상고대가 보이지 않아서 만만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르기 시작하니 제법 눈이 쌓여 있었다. 들머리로 잡은 국립김천치유의숲 쪽은 대략 4,5 cm 정도의 적설량이라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올라갈 수록 점점 더 쌓인 눈이 깊어졌고 단단해졌다. 산줄기를 타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바람에 의해 눈이 더 많이 쌓인 곳들이 계속해서 이어져 러셀하는데에 애먹었다.
주능선에 올랐을 때에는 산의 경사가 완만한 점은 도움이 되었으나 역시나 눈이 등산로를 모두 덮어버려 더듬더듬 걷는 것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고 단단하게 굳은 눈에 발을 옮기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일부 구간은 산짐승이 등산로를 이용했기에 남은 발자국을 따라 걷는 재미도 있었지만 이윽고 해가 서녘으로 다 기울었을 때 단지봉에 도착했다.

겨울산은 해가 지면 순식간에 기온이 몇도씩이나 떨어진다. 이는 한겨울에 햇볕이 비치는 양지와 벽에 가려 음지인 곳을 지나면서 느끼는 기온 차이보다 더 크다. 바람도 불고 있기에 땀이 채 마르지 않은 상태로 잠시라도 지체하게 되면 체온 손실이 커진다.
단지봉은 정상석이 있는 쪽보다는 그 옆 헬리포트가 있는 자리가 꾀나 넓직하다. 헬리포트 자리 말고 그 주변으로 텐트를 칠만한 곳이 많고 바람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게 잔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내가 갔던 날은 북동풍이 밤동안에 불고 있었고 바람이 정상부 밑에서 부딪혀 위로 솟구치는지 텐트 주변으로는 직접적으로 바람이 들이치지 않았다. 그래서 순간적인 돌풍이 간헐적으로 불었기에 텐트에 종종 약해진 바람이 부딪히긴 했다.

밤에는 정말 별이 잘 보였다. 달도 없는 그믐이었고 해발고도 1300미터가 넘는 곳이었기에 별을 보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등산로에 쌓인 눈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일찍 정상에 도착해서 체력을 온존한 상태로 별을 촬영하기 위한 준비를 다 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있다. 들머리에서부터 단지봉까지 5킬로 남짓 거리이기 때문에 다른 계절에 백패킹을 다시 와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그때는 지금보다는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할테니 조금 더 여유가 있겠지..

밤을 보내는 동안 고라니 울음소리 조차 듣지 못했다. 바람이 조금 부는 날이어서 아마 야생동물들도 활동을 꺼려한 탓이 있을 것이다. 한번은 바람을 타고 전해진 것 같은 사람 말소리가 들려서 카메라 세팅하다가 온몸의 털이 쭈뼛 선 적이 있는데 아직도 그 근원에 대해서는 알 턱이 없으나 나 혼자만의 환청이라 생각하고 싶다.

새벽에 일찍 눈을 떴는데, 오랜만의 극동계 백패킹인지라 아직 몸이 적응되지 않아 침낭 밖으로 나오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살짝 잠들었고 일출 순간을 놓쳐 버렸다. 😭 그래도 나의 충실한 카메라가 사진을 찍고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밤새 기온이 낮아졌는데 물이 얼지 않도록 신경을 써서 그쪽은 괜찮았는데, 드론 배터리가 문제였다. 침낭에 넣고 잠을 잤어야 했는데 괜시리 발열패드를 넣어놓은 디팩이 괜찮을 거라 여겨 무신경했다가 낭패를 봤다. 발열패드와 보조배터리 소켓쪽의 접점이 단단하게 연결되지 않아 보온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결국 이날 드론 촬영은 무산됐다. 저전력 경고로 인해 다시한번 드론을 추락시킬 뻔 했으니... 드론을 온전히 보전한 것만 해도 다행인 일이다.

단지봉 정상석이 있는 쪽에는 전망데크가 얕게 설치되어 있다. 거기에 오르지 않아도 보이긴 하는데 오르면 더 잘보인다. 멀리 덕유산, 오도산이 보이고 가까이에 가야산도 잘 보인다. 하산하는 길은 임도쪽을 선택해서 어제와 다른 코스다. 가파르게 내려가다보면 임도를 만나는데 이 임도를 따라가면 출발했던 치유의숲센터에 도착하게 된다. 역시나 러셀이 되어있지 않은데 다행인 것은 단지봉에서 출발한 직후만 지마면 등산로가 명확하기 때문에 길을 헤멜 염려는 없다. 단지 조금 지루할 뿐이다.

단지봉은 백패킹을 하기에 괜찮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치유의 숲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다소 짧다고 느껴진다면 수도산 정상을 경유해서 능선을 타고 단지봉까지 가보는 것이 괜찮겠다 생각도 든다. 그래도 치유의 숲에는 한번 들러보길 권하고 싶은데 규모는 작지만 자작나무 숲이 있어서 이국적인 풍경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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